미디 레슨을 알아보다가 이 지점에서 멈추는 분들이 있습니다. 건반을 못 치는데 받아줄까, 가면 피아노부터 시키는 것 아닐까. 커뮤니티 질문 게시판에도 같은 걱정이 꾸준히 올라옵니다. 학원에 가면 피아노부터 배우게 할 것 같아 꺼려진다는 말이 반복해서 나옵니다.
프로듀싱 레슨에서 건반은 진입 조건이 아닙니다. 다만 어디까지 안 쳐도 되는지는 구간을 나눠 봐야 정확합니다.
건반 없이 되는 것
DAW에서 소리를 넣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건반으로 연주해서 녹음하거나, 마우스로 피아노롤에 직접 찍거나. 후자를 스텝 입력이라고 하는데 결과물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찍은 노트와 친 노트는 저장되고 나면 똑같은 미디 데이터니까요.
편곡도 그렇습니다. 드럼 패턴, 베이스 라인, 코드 패드, 스트링 라인 전부 찍어서 만들 수 있고, 오히려 정확도가 필요한 작업은 찍는 편이 낫습니다. 16분음표 하이햇을 손으로 균일하게 치는 것보다 찍는 게 빠릅니다.
사운드 디자인과 믹싱은 연주와 아예 무관합니다. 신디사이저 파라미터를 만지고 EQ와 컴프레서를 거는 일에 건반 실력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마스터링 규격, 유통사 등록, 메타데이터, 저작권 등록 같은 발매 절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반이 있으면 빨라지는 것
유리한 구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가장 큰 건 코드를 몸으로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화성학 책으로 ii-V-I을 읽는 것과 손으로 짚어보는 것은 체감이 다릅니다. 눌러보면 왜 그 진행이 그런 감정을 만드는지가 빨리 붙습니다. 이건 잘 쳐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눌러볼 수 있으면 되는 정도라, 세 손가락으로 트라이어드를 짚으면 충분합니다.
머릿속 멜로디를 손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큽니다. 마우스로 찍으면서 찾는 건 아무래도 느려서 아이디어가 중간에 날아갑니다. 손으로 친 연주에 미세한 흔들림이 남아 찍은 것보다 사람처럼 들리는 것도 있는데, 이건 휴머나이즈 기능으로 상당 부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건반은 있으면 좋은 도구지 시작 조건이 아닙니다. 순서를 뒤집어서 건반부터 몇 달 배우고 오시라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 "피아노부터"라는 인상이 생겼나
이 걱정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실용음악과 입시 완전 가이드 입시 커리큘럼이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입시 작곡 전공은 화성학과 피아노 실기가 시험 과목입니다. 그래서 입시 학원은 미디 90분에 피아노 60분을 묶어서 주 2회로 짜고, 그 결과 월 65만원 같은 가격이 나옵니다. 시수가 두 배니까 당연한 구성입니다.
문제는 발매가 목표인 사람에게도 같은 커리큘럼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목표가 다르면 배울 순서도 다릅니다. 자기 곡을 내려는 사람에게 피아노 실기는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가격대가 왜 이렇게 갈리는지는 작곡·미디 레슨 비용 시세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실제로 어디서 시작하나
저희 레슨은 DAW 워크플로우에서 시작합니다. 첫 달에는 쓰시는 DAW의 작업 흐름을 정리하고(어떤 DAW든 상관없습니다), 가상악기와 사운드를 고르고, 드럼과 베이스로 리듬을 만들면서 곡의 구조를 잡아갑니다.
건반 실기는 여기 없습니다. 코드를 다룰 때 건반을 눌러보긴 하지만 그건 연습이 아니라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어떤 DAW를 쓸지 아직 안 정했다면 DAW 비교를 먼저 보셔도 됩니다.
그럼 무엇이 필요한가
건반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습니다. 만들고 싶은 곡이 있으신가요. 레퍼런스가 있어야 방향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곡 몇 개를 가져오시면 그걸 기준으로 커리큘럼을 맞추는데, 이게 없으면 진도만 나가고 남는 게 없습니다.
주중에 손댈 시간도 필요합니다. 주 1회 수업만으로는 늘지 않고, 그사이 조금이라도 만져야 다음 시간에 다음 단계로 갑니다.
그리고 끝까지 가보려는 마음. 8마디만 만들다 마는 습관이 있으면 그것부터 깨야 합니다. 이건 곡을 못 끝내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건반을 못 쳐서 망설이고 계셨다면 그건 미루실 이유가 아닙니다. 지금 쓰는 DAW와 만들고 싶은 곡만 알려주시면 어디서 시작할지 같이 정하겠습니다. 첫 상담은 무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