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세션 전날 밤
지난 가을, 3년간 써온 여행 에세이를 오디오북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총 90페이지, 완성고 기준 약 45,000자. 전문 성우를 섭외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직접 겪은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스튜디오 예약은 이틀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엔지니어와 사전 통화에서 "충분히 가능한 분량"이라는 말을 들었고, 저도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1일차 — 예상보다 훨씬 느렸습니다
부스에 들어가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평소 말투와 글 읽는 투가 섞이면서 이상한 리듬이 나왔습니다. 처음 세 페이지를 다섯 번씩 다시 읽었습니다. 엔지니어가 인터폰으로 "조금 천천히, 마침표마다 짧게 멈추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줬는데, 말은 쉬워도 막상 하면 어색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읽으려고 하면 속도가 빨라지고, 속도를 늦추면 아나운서 흉내 같은 리듬이 나왔습니다.
두 시간쯤 지나서야 감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부터 목이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을 계속 마셨지만 90분을 넘기고 나니 발음이 약간씩 뭉개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엔지니어가 "오늘 컨디션 관리 측면에서 여기서 마무리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을 때 내심 안도했습니다. 첫날 녹음한 분량은 17페이지였습니다.
2일차 —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틀째는 오전에 시작했습니다. 전날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집중력도 유지됐습니다.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마무리 단계에서 드러났습니다. 엔지니어가 1일차 파일과 2일차 파일을 비교해서 들려줬는데, 목소리 톤은 비슷한데 마이크와의 거리가 달랐습니다. 긴장했던 첫날에는 마이크에 너무 가까이 붙었고, 이틀째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동일 책의 파일로 쓰려면 1~3장을 재녹음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믹싱에서 처리되지 않나요?" 하고 물었더니, 마이크 포지셔닝 가이드 차이에서 오는 음색 변화는 후처리로 완벽히 맞추기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3일차가 추가됐습니다.
3일차 — 재녹음과 마무리
3일차 오전은 1~3장 재녹음에 썼습니다. 2일차에 찾은 거리와 리듬을 기억하며 읽었더니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오후에 남은 챕터들을 마저 녹음하고, 엔지니어와 함께 전체 파일을 쭉 들었습니다.
초반부와 후반부 사이에 읽는 속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익숙해진 후반부가 약간 빠른 편이었는데, 엔지니어는 "오디오북용으로는 무난한 범위"라고 했습니다. 완벽히 균일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표현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솔직한 후기
총 녹음 시간: 3일, 약 13시간. 완성된 오디오북 분량: 4시간 15분.
처음엔 이틀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녹음까지 포함하면 3일이 필요했습니다. 전문 성우가 아닌 이상 글을 많이 쓴 사람이라도 첫 낭독은 생각보다 훨씬 느립니다. 미리 알았다면 일정을 더 여유 있게 잡았을 것입니다.
장비 덕분에 목소리 자체는 집에서 녹음했을 때와 달랐습니다. 방 울림 없이 깔끔했고, 목이 건조해진 부분도 편집 단계에서 어느 정도 정리됐습니다. 전문적인 낭독과는 거리가 있지만, 내 글을 내 목소리로 들려준다는 목적에는 충분히 부합했습니다.
Studio NOL이 보컬 녹음 후기 검토자에게 자주 권하는 3가지
스튜디오 놀(연신내, 서울 은평구)에서 녹음 후기 활용 상담에서 반복적으로 드리는 조언입니다.
1. 카카오톡 문의 — 빠른 견적
직접 채널 문의.
2. 사전 청취 — 데모 파일
이전 작업 결과물 확인.
3. 방문 상담 — 환경 직접 확인
장비·환경 점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