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믹싱 엔지니어 인터뷰 — "좋은 소리는 결국 사람에서 나옵니다"
스튜디오 놀에서 믹싱과 레코딩을 전담하고 있는 엔지니어를 만났다. 최근에는 인디 팝·포크 아티스트의 EP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디오북 낭독부터 성우 데모 녹음 가이드, 유튜브 내레이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업해왔다. 10년 넘게 콘솔 앞에 앉아온 그에게 좋은 소리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아티스트의 의도를 소리로 옮길 수 있는지 물었다.
믹싱 엔지니어는 레코딩 스튜디오 산업이 형성된 1960년대부터 독립적인 직군으로 분리됐다. 이전에는 레코딩 엔지니어가 녹음과 믹싱을 모두 담당했지만, 멀티트랙 테이프 레코더(Ampex의 8트랙, 이후 24트랙)가 보급되면서 믹스 작업이 별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공정이 됐다. 한국에서 전문 믹싱 엔지니어 직군이 뚜렷해진 것은 1990년대 SM·YG·JYP 등 대형 기획사가 전속 엔지니어 체제를 구축하면서부터이며, 2000년대 이후 홈 레코딩 보급으로 인디 스튜디오와 독립 엔지니어 생태계가 형성됐다. 현재 국내 믹싱 엔지니어는 기획사 전속·프리랜서·스튜디오 소속 등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며, 국제 협업(K-POP 해외 마케팅·해외 아티스트 국내 작업)이 늘면서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경쟁력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이 길에 들어섰습니다"
Q. 믹싱 엔지니어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밴드에서 기타를 쳤어요. 공연을 다니다 보니 PA 엔지니어분들이 하는 일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같은 곡인데 엔지니어에 따라 소리가 완전히 달라지는 걸 보고, 그때부터 소리를 다루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음향 관련 학교를 나와서 스튜디오 어시스턴트로 시작했고, 이제 10년이 넘었네요."
"실수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Q. 오래 하다 보면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시스턴트 시절에 한 번, 클라이언트에게 잘못된 세션 파일을 넘긴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다가 폴더를 바꿔서 보낸 거예요. 클라이언트가 리뷰 도중 이상하다고 연락이 왔고, 그날 밤을 새워서 맞는 파일을 다시 처리해 드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납품하고 나서 생각했어요. '파일 이름 체계를 제대로 잡자.' 그 뒤로 프로젝트마다 날짜·버전·클라이언트명을 포함한 파일 이름 규칙을 만들었고, 지금도 그대로 씁니다. 실수 하나가 시스템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믹싱은 기술이 아니라 관점입니다"
Q. 본인만의 믹싱 철학이 있다면요?
"기술적으로 잘 만드는 건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누구나 합니다. 중요한 건 이 곡이 어떤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거예요. 같은 발라드라도 쓸쓸함을 담아야 할 때와 따뜻함을 담아야 할 때 리버브 하나, EQ 커브 하나가 달라집니다. 저는 항상 곡을 처음 들을 때 눈을 감고 듣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믹싱의 출발점이에요. 기술은 그 이미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대립이 아니라 조화입니다"
Q. 스튜디오 놀의 장비 철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스튜디오 놀에서는 아날로그 아웃보드와 디지털 워크스테이션을 함께 운용합니다. 아날로그 장비가 주는 질감은 분명히 존재해요. 특히 보컬이 컴프레서를 한 번 거치면 소리가 앞으로 나오면서 따뜻해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하지만 편집의 정밀함과 리콜 편의성은 디지털이 압도적이죠. 둘을 대립시키기보다, 각각의 장점을 살려서 쓰는 것이 저희 스튜디오의 방향입니다."
"초보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
Q. 처음 녹음실에 오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곡에 대한 이해와 기본 연습은 필요하지만, 녹음실은 실수를 교정하는 곳이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하는 곳이에요. 엔지니어와 충분히 대화하세요. 본인이 원하는 소리의 방향만 명확히 전달해주시면, 기술적인 부분은 저희가 함께 만들어갑니다. 그게 제가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변하지 않은 생각입니다. 좋은 소리는 장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에서 나옵니다."
마치며
스튜디오 엔지니어의 역할은 기술적 전문성과 아티스트와의 소통 능력이 균형을 이룰 때 가장 빛납니다. 좋은 믹싱이 어떤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이 엔지니어의 말처럼, 콘솔 앞에 앉기 전에 곡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믹스 품질을 결정합니다. 리버브 하나, EQ 커브 하나가 달라지는 지점은 기술 수준이 아니라 감정 독해력에 있습니다.
파일 이름 하나에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이 경험처럼, 실수에서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태도가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를 구분 짓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대립이 아닌 조화로 보는 시각, 그리고 초보 아티스트에게도 "가능성을 발견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태도가 스튜디오 환경을 만드는 진짜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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